2011년 한국교회 부활절 주제해설

“부활, 새로운 시작”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고린도후서 5장 17절)

들어가는 말

바야흐로 우리는 다시 부활절을 맞이하고 있다. 부활절 이른 아침 영원한 생명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망의 권세를 깨뜨리고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어나셨다.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우리에게 항상 새 생명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새로운 시작이다. 그러나 새로운 시작인 부활을 종려나무 가지 높이 들고 환희의 함성으로 맞이해야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문제투성이다. 부활, 그 새로운 시작을 진정으로 만끽하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현실을 냉철한 시각으로 주시해야 한다.

지금 세계 곳곳에서 모든 권력을 한 손에 움켜쥐고 장기독재를 일삼던 정권들이 보란 듯이 일제히 몰락하고 있다. 이것은 제 아무리 철옹성처럼 보인다 해도 독재는 결코 영구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의 증거이다. 최근 한반도에 불어 닥친 남북관계의 냉각상태는 우리가 도외시하거나 관망할 수 없는 뼈저린 아픔이다. 주택문제, 유료증가(?), 노사갈등, 청년실업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경제의 불안은 우리에게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인간의 과도한 욕심으로 말미암은 생태계의 파괴와 구제역의 창궐 같은 재앙들 앞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경악한다.

하지만 이런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은 기독교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비하면 오히려 작은 것인지도 모른다. 오늘날 기독교에는 영적 어둠의 세력들이 만연해 있다. 기독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본연의 정신에서 떠나 세속 가치관에 물들어 버렸다. 섬김을 위한 자기 비움은 보이지 않고 권력에 대한 과도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다. 맘몬이 신앙을 대신하고, 물질이 소망을 대신하며, 규모가 사랑을 대신한다. 지금 기독교는 권력집단으로 전락했으며, 교권투쟁을 위한 수라장이 되었고, 성장만능이라는 약물에 취해 있다. 대형화 증후군에 시달리는 기독교에서 작은 교회들은 도산할 수밖에 없으며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이런 암울한 현실 앞에서 기독교의 쇄신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다. 새로운 시작은 오직 죽음을 이기고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루어진다. 사도 바울은 새로움이란 오직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강력하게 선포한다. (고후 5:17)

본론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시작되는 변화를 노래한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고후 5:17) 사도 바울의 노래는 예언자들의 전통을 따르는 것이다. 오래 전 이사야 선지자는 이미 변화가 일어날 것을 예언했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라” (이사야 43:18, 19) 예언자가 바라본 새로움은 광야에 길을 내는 것이며 사막에 강을 내는 것이었다. 이것은 지형의 변화이다. 그러나 사도 바울은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인간의 변화를 선언한다. 옛 사람이 변하여 새 사람이 된다. 이전에 흙으로 창조되었던 사람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새로운 피조물이 된다. (요 3:6) 이전 것이 지나가고 새 것이 되는 것은 놀라운 변화이다. 그러면 새로움은 어떻게 가능한가? 또한 새로움이란 무엇인가? 새로움은 어떻게 가능한가?

1. 변화는 그리스도 안에서만 가능하다

사도 바울은 그리스도 안에서만 새로운 시작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그리스도 안에서”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1)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고후 5:14, 15)

“그리스도 안에서”는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을 전제로 한다. 그리스도는 한 사람으로 모든 사람을 위하여 죽었다. (고후 5:14,15) 예수 그리스도는 폭력과 갈등과 죄악이 난무하는 세상을 십자가의 죽음으로 구속하셨다. 십자가는 사랑으로 폭력을, 화해로 갈등을, 정의로 죄악을 극복하신 것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죽음 없이는 우리에게 새로움이란 없다. 우리의 새로움은 그리스도의 대속적 죽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는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사랑을 몸소 실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은혜 안에 머물기 때문에 새로움과 변화를 맞이할 수 있다.

2) 그리스도 사랑의 강권(고후 5:14)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서”는 단지 과거의 십자가 사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 안에서”는 그리스도의 현재적 사랑을 조건으로 삼는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한다. (고후 5:14) 그리스도의 사랑이 강권하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움을 얻는다. 그리스도의 강권적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그 사랑은 우리에게 사랑과 정의가 어우러진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 살 것을 요청한다. 이 요청 앞에 설 때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움과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2. “새로운 피조물”의 의미

그러면 새로움이란 무엇인가? 사도 바울은 새로움을 이전 것이 지나갔고, 새 것이 되었다는 말에서 드러나듯 반립(反立) 또는 역전으로 이해한다. 문맥을 잘 살펴보면 사도 바울은 새로움을 위한 반립/역전을 제시하기 위하여 “··· 하지 않고 ··· 한다 또는 ··· 했으나 ··· 하지 않는다.”라는 역전표현을 세 번 사용한다.(고후 5:15, 16, 19)

1) 새로움은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니라 부활의 그리스도를 위한 삶이다.(고후 5:15)

이전의 우리는 오직 자신을 위해서 살던 옛 사람이었다. 자기성취가 인생이 근거이며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 삶의 근거와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새로운 피조물이 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우리의 인생은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위한 것이 되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부활에 참여한 사람으로 산다.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위해서 산다는 말의 현재적인 의미는 그리스도의 몸이 되어 그분이 추구하셨던 삶을 살아 낸다는 것이다.

2) 새로움은 사람들과 그리스도를 육신을 따라 알았으나 이제부터는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다. (고후 5:16)

“육체”는 인간의 타락한 본성에서 출원하는 모든 인간적인 욕망을 뜻하는 용어이다. 그리스도 안에 들어오기 전에 우리를 지배하고 조정하던 것은 바로 이 육신이었다. 이전에 우리는 사람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심지어 그리스도와의 관계마저도 욕망에 지배를 받았다. 그러나 새로운 피조물이 된 우리는 모든 관계를 성령의 도우심으로 유지한다. 사람들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며, 그리스도를 감사의 마음으로 우러른다.

3) 새로움은 정죄로 끝나지 않고 화목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고후 5:18-21)

사도 바울은 새로움을 “하나님께서 그들의 죄를 그들에게 돌리지 아니하시고 화목하게 하는 말씀을 우리에게 부탁하셨느니라.”(고후 5:19)란 말로 압축한다. 옛 사람인 우리는 정죄의 화신이었다. 이전에 우리는 정죄를 일삼던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피조물이 된 후로는 이 세상에서 화목(샬롬)을 선포하며 실천한다. 어그러지고 거스르는 세상에 살고 있기에 우리는 더욱 절실하게 화목(샬롬)을 성취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나가는 말

우리는 부활하신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 부활은 새로운 시작이다. 부활은 놀라운 변화이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시작인 부활이 우리에게 선언보다 실천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스도의 부활은 삶의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일궈야할 초월적 비전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그리스도 안에 사는 사람은 이전의 욕망과 무절제의 삶이 아닌 새로운 삶을 열망하게 된다. 이기적 생활을 꾸리기 위한 고뇌가 아닌 이타적 삶을 갈망한다.

개인은 가치관의 변화로 인격에 새로움을 얻어, 증오와 욕설로 뒤범벅이 된 언어가 변하고, 절제와 절약을 생활화하며, 가난한 사람, 약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

가정에는 가족의 관계가 평화롭게 회복되어 폭행, 이혼, 낙태 등은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스도께서 그리하셨듯이 가족이 서로 섬기는 자세가 앞선다면 하나님 나라의 행복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을 본받아 낮아짐과 비움의 길을 감으로써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기관, 쌓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기관, 내향적이 아니라 외향적인 기관이 되어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사랑과 평화를 도모하며,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교회의 머리로 고백하면서 교만과 편견을 내버리고 교단과 교파를 뛰어넘어 하나가 되는 일치와 연합을 힘쓰고, 밝고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이웃 종교들과 힘을 함께 해야 한다.

교회의 담을 허무는 일과 교회를 허무는 일은 다르다. 교회의 뜰 안에 많은 사람들이 안식을 얻을 수 있어야 교회를 더욱 든든하게 세울 수 있다. 교회 안에서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은 교회 문을 나서는 순간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행동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죽임의 세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생명의 가치를 꼭 붙드는 그리스도인들, 신음하는 피조 세계를 잘 돌보는 그리스도인들이 많아질수록 모든 공간에, 육체에, 정신에 청결함을 유지하는 것에 힘쓰고 사회의 질서와 정의를 추구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서로 손을 맞잡고 이해와 화해를 이끌어 내며,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의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전심하며, 안으로는 애국자로 밖으로는 세계 시민으로 살아야 한다.

새로운 시작인 부활은 모든 영역에서 새로운 시작과 변화를 일구도록 우리에게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고 사회의 정의를 실현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욕망과 불의가 어지럽게 판치는 현대 문명을 거역하기 위해서 우리는 부활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영적인 힘을 가져야 한다.

부활, 그 새로운 시작 앞에서 우리는 바로 이 부활의 영적인 힘을 발휘하여 어느 누구도 굴욕감을 느끼지 않으면서 자기에게 맡겨진 삶을 온전히 영광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